Day 001. 태초에, 라는 말

창세기 1장 1절

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.

(Genesis 1:1, 개역개정)

아직 아무것도 아니었던 시간이 있었다 이름 붙기 전의 어둠, 경계 없는 물의 얼굴 위로 누군가의 숨이 지나갔다는 것

나는 그 문장 앞에서 오래 서 있는 법을 배운다 “태초에”— 라는 말은 언제나 오늘 아침에도 다시 온다

창문을 열면 빛이 먼저 도착해 있고 나는 그 빛을 만든 이의 이름을 아직 다 알지 못한 채 그저 받는다, 매일 아침의 첫 숨처럼

천지를 지으신 손이 오늘도 내 좁은 방 안 먼지 한 톨의 궤도까지 설계하고 계신다는 것

믿기지 않아도 좋다 믿어지지 않는 채로도 나는 이미 그 창조 안에 서 있으니까

시작이 있었다는 것, 그것만으로도 오늘의 나는 누군가의 다정한 계획 속에 조용히 포함되어 있다

태초에, 그 말 한마디가 지금 내 하루의 문을 연다

짧은 여운 — 창세기 1장 1절은 존재의 기원을 말하지만, 동시에 오늘 나의 존재가 우연이 아니라는 위로이기도 하다. 태초의 창조는 과거형이 아니라, 매일 아침 다시 쓰이는 현재형의 말씀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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