Day 106. 수풀에 걸린 숫양
창세기 22장 9~14절
9 하나님이 그에게 일러 주신 곳에 이른지라 이에 아브라함이 그 곳에 제단을 쌓고 나무를 벌여 놓고 그의 아들 이삭을 결박하여 제단 나무 위에 놓고 10 손을 내밀어 칼을 잡고 그 아들을 잡으려 하니 11 여호와의 사자가 하늘에서부터 그를 불러 이르시되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하시는지라 아브라함이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매 12 사자가 이르시되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그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말라 네가 네 아들 네 독자까지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13 아브라함이 눈을 들어 살펴본즉 한 숫양이 뒤에 있는데 뿔이 수풀에 걸려 있는지라 아브라함이 가서 그 숫양을 가져다가 아들을 대신하여 번제로 드렸더라 14 아브라함이 그 땅 이름을 여호와 이레라 하였으므로 오늘날까지 사람들이 이르기를 여호와의 산에서 준비되리라 하더라
(Genesis 22:9-14, 개역개정)
돌을 모아 제단을 쌓고 쪼개어 온 나무를 차례로 벌였다
아들을 묶어 장작 위에 눕힐 때까지
산 위에는 바람 소리조차 멎어 있었다
손을 뻗어 칼을 잡았을 때 하늘에서 다급하게 두 번 부르셨다
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그 아이에게 손을 대지 말라
손을 거두고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았을 때
수풀에 뿔이 걸린 채 한 숫양이 거기 서 있었다
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누가 이 높은 곳까지 데려왔는지 묻지 않고
아들을 대신하여 제단에 올리며 그는 비로소 그 땅을 여호와 이레라 불렀다
짧은 여운 — 어제 아브라함이 이삭에게 건넸던 말, "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시리라"(22:8)는 칼을 쥔 손을 뻗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. 침묵 속에 돌을 쌓고, 장작을 벌여 놓고, 사랑하는 독자를 결박하여 나무 위에 얹은 뒤에야 하늘의 음성이 떨어졌다. "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." 성경에서 이름을 두 번 부르는 자리는 대개 긴박한 개입의 순간으로 읽힌다. 멈추어 서서 눈을 들었을 때 비로소 뒤편 수풀에 뿔이 걸린 숫양이 보였다. 하나님이 마련해 두신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환상이 아니라, 이미 산을 올라와 수풀 사이에 걸려 있던 한 마리의 생명이었다. 사람이 자신의 가장 귀한 것을 다 내려놓은 그 벼랑 끝에서야 비로소 "여호와 이레"의 산이 열린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