Day 108. 먼 곳에서 자라는 이름
창세기 22장 20~24절
20 이 일 후에 어떤 사람이 아브라함에게 알리어 이르기를 밀가가 당신의 형제 나홀에게 자녀를 낳았다 하였더라 21 그의 맏아들은 우스요 우스의 형제는 부스와 아람의 아버지 그므엘과 22 게셋과 하소와 빌다스와 이들랍과 브두엘이라 23 이 여덟 사람은 아브라함의 형제 나홀의 아내 밀가의 소생이며 브두엘은 리브가를 낳았고 24 나홀의 첩 르우마라 하는 자도 데바와 가함과 다하스와 마아가를 낳았더라
(Genesis 22:20-24, 개역개정)
산에서 내려와 숨을 고를 때 먼 북쪽에서 전갈이 당도했다
아우 나홀의 집에도 아이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이었다
우스와 부스와 그므엘 낯선 이름들이 줄지어 불려 오고
그 메마른 계보의 끝자락 작은 쉼표처럼 놓인 이름 하나
브두엘은 리브가를 낳았고 성경은 그 이름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
모리아의 제단 위에서 아들의 목숨이 칼끝에 닿아 있던 그때
저 먼 하란의 마을에서는 한 어린아이가 자라나고 있었다
아브라함은 아직 알지 못했고 이삭의 귀에도 닿지 않았으나
약속은 이미 저편에서 조용히 걸어오고 있었다
짧은 여운 — 창세기 22장 1절이 "그 일 후에"로 시작했듯, 20절 역시 "이 일 후에"라는 말로 새로운 단락을 연다. 아브라함이 모리아 산에서 독자 이삭을 바치고 돌려받는 아찔한 시험을 치르고 있을 때, 수천 리 떨어진 메소보다미아 나홀의 집에서는 담담하게 생명들이 태어나고 있었다. 우스, 부스, 그므엘 등 생소한 이름들이 열거되다가, 23절에 이르러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 이름이 얹힌다. "브두엘은 리브가를 낳았고." 아브라함도 알지 못하고 이삭도 아직 상상하지 못한 그 먼 땅에서, 하나님은 이미 다음 세대의 언약을 이어 갈 배필을 자라게 하고 계셨다. 하나님의 일하심은 산꼭대기의 극적인 기적에만 머물지 않고,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저편 일상의 숨결 속에서도 묵묵히 길을 닦고 계신다.